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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F부실 ‘시한폭탄’…건설사 “나 떨고 있냐?”: 2011.04.25 06:05 입력 | 2012.02.04 16:58 수정

송윤창 기자 songyc1@rknews.co.kr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대출의 뇌관이 하나 둘 터져 이미 연쇄폭발의 전초에 있다. 부산저축은행 등 PF 부실대출로 인한 저축은행들의 연쇄부도 불안감이 채 가시기도 전에 도급순위 30위권 내의 건설사가 PF대출을 갚지 못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상황이 녹록치 않다. 
 
PF 부실대출의 문제는 이미 은행과 건설사가 서로 해결할 수 없는 상황으로까지 번진 상태다. 금융권은 이미 PF 부실이 상당히 진행된 상황에서 건설사의 사정을 봐줄 계제가 아니다. 건설사 역시 건설시장 전체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조기에 정상적으로 PF 대출을 갚아 갈 능력이 없다. 
 
유동성위기에 몰린 건설업계는 정부에 아우성이다. 더 이상 기댈 곳이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으로부터의 대출금상환시기가 닥쳐온 일부 건설사들은 법정관리신청을 통해 경영권이라도 유지하고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금융권 역시 연내 돌아오는 PF대출 만기가 은행권 15조원, 비은행권 10조원으로 도합 25조원에 이르는 상황에서 만기가 도래한 대출은 물불을 가리지 않고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다. 특히 영업이익으로 PF대출 부실을 감당할 수 있다고 큰 소리 치던 은행권 역시 저축은행의 부실까지 떠 안아야 하는 상황에서 여유를 부릴 형편이 되지 못한다. 저축은행의 경우에도 PF대출한도가 전체 여신의 25%로 강화돼 만기연장을 해주고 싶어도 할 수가 없다.
 
한국기업평가에 따르면 36개 주요건설사가 상반기에만 갚거나 연장해야 하는 PF대출규모가 13조8000억원이다. 건설업계에서는 벌써부터 5~6월 건설사 연쇄부도시나리오가 떠돌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현재도 도급순위 100위권 건설사 중 29곳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를 신청한 상황이어서 향후 50%이상이 법정관리나 워크아웃으로 갈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18일 김석동 금융위원장 주재로 권혁세 금융감독원장, 우리·신한·하나·KB·산은 등 5개 금융지주 회장단과 조찬간담회를 가지고 ‘배드뱅크(Bad Bank)’ 추진논의를 시작했다.
 
이에 현재 건설업계의 핵심이슈로 떠오른 PF부실의 문제를 짚어본다.
(박스처리)
 


상장건설사 PF 지급보증 30조 “너무 많다”
 

2010년 말 현재 금융권 전체의 PF잔액은 67조원에 이른다. 이 중 은행권의 PF잔액이 39조원으로 전체의 70%에 이른다. 여기에 PF사업장들이 부동산경기 침체로 브릿지론과 PF대출이자를 갚기 위해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과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규모만도 17조원에 달한다. 대출 건설사별로 보면,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된 30개 회사가 전체 PF대출금액의 40%넘게 차지하고 있다.
지난 22일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0년 말 기준 30개 상장 건설회사의 PF대출 지급보증잔액이 30조3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PF대출 보증잔액이 1조원이 넘는 건설업체가 12개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가지 않은 업체는 8개사였다. 또 이 중 4개 업체는 PF잔액을 부채로 환산한 조정부채비율이 400%를 넘어섰다. 향후 경기가 되살아나지 않고, 부동산시장이 침체되는 상황이 지속될 경우 경영위기에 빠지는 건설업체가 더 나올 수도 있다는 얘기다.
 
지급보증 잔액이 많은 건설사를 보면, 금호그룹으로부터 분리되면서 새로운 주인을 찾기 위해 몸값을 올리기 위해 덩치 키우기에 힘쓴 대우건설이 3조9586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다음 금호산업 2조7577억원, GS건설 2조5138억원, 대림산업 1조9864억원, 현대건설 1조7561억원, 남광토건 1조5340 순으로 많았다. 이 외에도 한라건설, 두산건설, 현대산업개발, 삼성물산, 삼호, 진흥기업 등도 1조원을 넘었다.
 
이들 기업 중 금호산업·남광토건·삼호·진흥기업 등 4개사는 PF부실채권에 따른 경영악화로 이미 워크아웃에 들어간 상태다. 나머지 8개사의 경우에도 표면적으로는 건실하다고 보여지지만, PF사업의 특성상 삼부토건과 동양건설처럼 컨소시엄 등의 형태로 여러 건설사가 연계된 사업장이 많기 때문에 PF부실이 추가로 발생할 경우 장담할 수만은 없다.
 
특히 현재 증권시장에 상장된 건설업체 30개 중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업체가 10개, PF보증잔액만 무려 10조9000억원으로 전체 PF대출잔액의 30%가까이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PF대출 지급보증금액을 부채에 포함시킨 조정부채비율도 평균 259%로 매우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코오롱건설 516.9%, 한라건설 439.4%, 고려개발 427%, 두산건설 409.8% 등 조정부채의 비율이 400%가 넘는 건설사도 14개나 됐다.
 
경실련은 분석결과를 통해 그동안 PF부실이 내재돼 왔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일방적인 건설경기 부양정책이 지속되면서 건설사의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점을 지적하면서 “구조조정 지연으로 적격평가를 받았던 건설사마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PF대출이 사업성을 담보로 대출이 이뤄져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회사가 가지고 있는 담보에 의존해 대출을 해온 은행권의 안일한 사업태도도 지적했다. 경실련은 이와 관련해 “사업성이 아닌 담보성 대출로 변질된 PF대출 사업관행 개선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은행·저축은행·종금·건설사 ‘사슬구조’
 

올해 초 삼화저축은행 영업정지를 시작으로 부산저축은행, 대전저축은행 등 8개의 저축은행이 금융당국으로부터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이들 부실처리에만 6조원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된다.
 
문제는 PF대출부실사태가 이들 저축은행만의 문제가 아니라 은행·보험·증권·자산·종금·여신전용 등 전 금융권에 걸쳐있다는데 심각성이 있다. 금융감독원(금감원)이 지난 2008년과 2009년 두 차례에 걸쳐 전수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PF대출 부실비율이 2008년 9월 7.59%에서 2009년 12월 13.54%로 1년 사이에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특히 보험 3.47배, 증권 2.5배, 저축은행 2.25배 등으로 2배 이상의 부실비율을 보여 은행을 제외하고는 모든 업종에서 10% 이상의 부실을 보였다. 
 
PF대출 연체율 또한 부실사태의 시발점이었던 저축은행권이 2008년 13%에서 2010년 25%로 증가했다. 저축은행 이외에도 대부분의 업권에서 15% 이상의 연체율을 보였다. 연체 금액도 2008년 3조6000억원에서 2010년 8조5000억원으로 2배 이상 크게 증가했다.
 
그동안 정부나 당사자 모두 PF대출 부실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해 왔던 은행권의 경우에도 전체 부실채권 대비 PF부실채권 비중이 2007년 말 3.9%에서 2010년 16.44%로 6.5배나 증가했다. 대출잔액 대비 부실채권 비중도 2007년 0.64%에서 2010년 16.44%로 25.7%나 증가했다. 연체율 또한 2007년 0.48%에서 2010년 4.25%로 8.9배 증가했다. PF대출 연체금액도 2007년 2000억원에서 2010년 1조6000억원으로 8배가 증가했다.
 
부실의 진원지인 건설사들의 경우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PF사업장의 경우 컨소시엄과 금융대주단이 서로 지급보증과 대출로 얽혀있어 어느 일방의 부실은 바로 상대의 부실로 전이되는 조건을 갖고 있다.
 
특히 PF부실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하면, 금융권에서는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 및 재대출 불가 조치와 함께 채권조기상환을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려는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이 경우 건설사들은 심각한 유동성의 위기를 겪게 되고, 이로 인해 연쇄적으로 PF사업장 전체의 부실이 발생하면서 금융권과 건설사 모두 부실의 위험에 빠지게 된다.
 
현재 시공능력평가 100위권 건설사 중 27%(27개)가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중이다. 올해에 들어서만 6개의 건설사가 워크아웃 및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그런데 그 가장 큰 원인이 금융권의 PF 재대출 및 만기연장 불가에 따른 상환압박과 이자부담이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부실현황 실태조사와 대응방안마련 시급
 

PF부실의 뇌관이 곳곳에서 터지면서 이에 대한 실태조사가 선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정부가 안전하다고 그동안 강조해 왔던 은행권조차 안전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정부의 관련정보 공개와 PF사업장에 대한 전수조사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과는 별도로, 이미 발생한 PF부실과 향후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부실 및 사업장에 대한 처리 및 지원을 놓고 금융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지난 18일 금융감독원은 8개 시중은행과 특수은행으로 구성된 PF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오는 6월 안으로 ‘배드뱅크’를 설립키로 했다. 7월부터는 본격적인 부실채권 매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논란도 거세다. 우선 은행권의 반발이 거세다. 부실저축은행 인수와 예보기금 공동계정 마련에 이어 이번에는 PF부실 처리를 위한 배드뱅크까지 떠안는 것에 대한 불만이다. 특히 은행이 떠안아야 할 PF부실의 규모가 정확히 얼마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축은행의 부실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어서 더욱 그러하다.
 
금융당국의 막연한 부실채권 처리방식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우선 처리해야 할 PF부실채권의 규모와 범위를 정하고 배드뱅크가 이를 매입하는 가격기준을 정해야 하는데, 그러한 기준이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자칫 채무자인 건설사의 요구에 맞춰 부실채권의 가격을 산정하게 될 경우, 시장가격보다도 비싼 가격에 부실채권을 매입해야 하는 기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피해는 은행들이 고스란히 져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배드뱅크 조성규모도 문제다. 현재 금융당국은 배드뱅크 조성규모를 10조원 정도로 제시했다. 그런데, 올 상반기 14조원, 올해 25조원의 PF대출 만기가 도래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10조원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한편, 은행들이 지나치게 이기주의적인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다. PF부실에 기인한 저축은행 부실사태의 1차적인 책임은 당사자들에게 있지만, 그동안 은행 등 대형금융기관들이 무리하게 카드, 캐피탈 등을 통해 저축은행의 전문영역인 서민금융시장까지 침범한 것도 문제라는 것. 대형금융기관들의 서민금융영역 확대가 결국 저축은행의 영업영역을 축소시켰고, 그것이 과도한 PF대출로 이어졌다는 주장이다.
 
문제는 배드뱅크든 또 다른 형태의 대안이든 빨리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 시장의 중론이다. 시장에서는 정부나 금융당국이 오락가락하는 사이 금융권에서 만기요청이 들어오면, 상당수의 중소건설사들이 그 혜택도 받지 못한 채 줄 도산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