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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규제 한 달…기준금리 동결, 그 배경과 파급효과는?: 2009.10.22 17:29 입력 | 2009.10.23 16:4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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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TI 규제 한 달…기준금리 동결, 그 배경과 파급효과는? 
 
지난달 초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수도권으로 확대 적용한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결과 정부의 목표대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불었던 부동산 과열 조짐도 한 풀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의 부동산 과열 조짐을 우려하며 금리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했던 한국은행(이하 한은)의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됐다. 그런 와중에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그 배경이 무엇이고 이러한 조치가 부동산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심도 있게 다루어 보았다. 
 
 
10월 금통위, 2.0%로 8개월째 동결 
“경기회복이 먼저” 주장에 힘 실려 
원화 강세ㆍ부동산 안정도 그 배경 
 
지난 9일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 기준금리가 현 2.0%로 동결됐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지난 3월부터 8개월째 같은 수준을 유지하게 됐다. 부동산 가격이 정부의 DTI 규제 강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고 환율 하락(원화 강세)도 계속돼 물가 상승 압력이 줄어든 상황에서 어느 정도 동결이 예상됐던 터라 시장의 반응은 차분했다. 
일각에서는 지난 6일 호주중앙은행이 전격적으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을 두고 호주와 함께 대표적인 경기회복 그룹에 속한 한국 역시 금리를 인상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다음과 같은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한국의 기준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크다는 점이 금리 동결의 첫 번째 배경으로 꼽힌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8월 광공업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2% 상승해 7월(0.9%)에 이어 오름세를 이어 갔다. 현재 경기 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 역시 6개월째 상승세를 이어갔고, 향후 경기 국면을 예고하는 선행지수 전년 동월비도 8개월 연속 상승했다. 
하지만 ‘가까스로 경기회복이란 시동을 건 경제에 금리 인상이란 브레이크를 걸 필요가 있겠냐’는 우려가 여전해 금리를 동결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금융 위기 이후 침체를 겪고 있는 우리 경제가 정부 주도의 재정정책을 통해 간신히 그 불씨를 살린 상황에서 금리 인상 이후 민간 경제가 활력을 되찾을지 여부가 불투명한 것이 한은에게는 부담이 됐을 거란 얘기다. 
게다가 정부와 한은의 엇박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 인상이 자칫 ‘더블딥(double dipㆍ경기 침체 후 잠시 회복기를 보이다가 다시 침체에 빠지는 이중 침체 현상)’을 초래할 경우, 그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란 점 또한 금통위의 이번 결정에 한몫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지난달 금리 동결 직후 이성태 한은 총재는 “금리 결정은 한은이 책임질 일”이라며 “지금 상황에서 금리를 소폭 올려도 금융완화정책은 계속되는 것”이라고 말해 금리 인상 가능성을 열어 두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시장의 단기 금리가 오름세를 보이자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잇달아 “출구전략 시행은 시기상조”라면서 “양적 완화 및 재정 확장을 골자로 하는 국제 공조 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한은과의 시각차를 드러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은의 ‘금리 인상’ 카드는 우리나라가 내년 G20 정상회의 개최국으로 선정된 마당에 국제 공조를 강조해 왔던 그동안의 정부 방침에 역행하는 처사이기 때문에 한은에겐 압박감마저 주었을 공산이 크다. 
또한 호주의 금리 인상을 금통위의 금리 인상 배경으로 내세웠던 일각의 주장도 양국의 상황이 다른 탓에 설득력을 잃은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H경제연구원의 한 연구원은 “일부 지역의 부동산 가격 급등으로 ‘버블’에 대한 우려가 있었지만 우리는 호주에 비해 자산 가치 상승이 심하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호주가 금리를 올린 가장 큰 원인이 자산 가격 거품에 대한 우려였기 때문에 이를 우리의 상황에 그대로 적용하는 것은 무리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다가 호주의 주요 수출품이 지하자원이므로 금리를 올려 호주 통화가 강세를 보이더라도 수출이 줄어들지 않을 가능성이 컸던 데 비해 우리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수출 주도형 경제 구조란 점도 이번 금통위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 후 원화가 강세를 보일 경우, 수출 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리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에 심각한 타격을 줄 가능성이 커 이를 미연에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로 원화는 미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원화 값은 지난 16일 기준으로 1달러당 1164.50원을 기록하고 있다. 올해 초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까지 치솟았던 점을 감안하면 20% 이상 원화 가치가 절상된 것이다. 글로벌 달러 약세 분위기에 지난 3분기 우리 기업들의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ㆍ기업이 실적을 발표할 때 시장에서 예상했던 실적과 다른 발표를 하는 것으로, 통상 실적이 예상치보다 높은 경우에 쓰임)’를 기록할 정도로 양호한 것으로 확인된 상황에서 금리를 높여 지금보다 환율이 떨어진다면 우리 기업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감안됐을 것이란 추정도 가능하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가늠할 부동산 가격이 9월 초 DTI 규제 강화 이후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 고려됐을 것이란 목소리가 높다. 실제로 국민은행이 집계한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DTI 규제가 확대된 9월 이후 전국 아파트 가격은 0.1% 이하로 보합세를 보이고 있다. 
 
 
DTI 규제 확대 한 달…부동산 가격 안정세 
강남권 줄줄이 하락…비강남권 소폭 상승 
 
“주택 분야에서는 가격 상승세가 둔화되는 움직임이 있으며 주택 대출 증가 속도도 떨어졌다” 
이성태 한은 총재가 지난 9일 금통위 직후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지난달 7일부터 은행권 DTI 규제가 서울 강남 3구(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서 수도권 전역으로 확대(서울 50%, 인천ㆍ경기 60%)되면서 주택 대출 한도가 줄어든 데다 그로 인한 매수세가 사그라지면서 갈아타기 수요마저 위축돼 올 상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던 수도권 부동산 시장도 안정 상태에 접어든 상태다. 
이미 DTI 규제를 받고 있는 상황이라 지난달 규제 강화의 영향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였던 강남의 아파트 가격도 10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DTI 규제 효과가 뚜렷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동산정보업체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서울 강남 3구 및 강동구의 아파트 가격은 평균 0.1% 내려 올 3월(―0.16%) 이후 7개월 만에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10월 현재 강남구 개포 주공(36㎡ 기준)의 호가가 최대 3000만 원 가까이 하락했고, 지난 13일 안전진단 통과가 수월할 것이란 호재를 접한 대치동 은마아파트조차 별다른 거래 움직임이 없는 분위기다. 송파구의 대표적인 재건축 아파트로 꼽히는 잠실 주공5단지도 1000만 원 안팎씩 가격이 하향 조정됐다. 118㎡가 1500만 원 빠져 14억 6000만 원에, 112㎡가 1000만 원 빠져 11억 7500만 원에 시세가 형성된 상태다. 게다가 최근엔 매수세가 전혀 없는 상황으로, 지난 한 달간 약 4000만 원가량 가격이 떨어졌다. 
이처럼 서울 아파트 가격이 하락세를 보이면서 수도권 아파트 가격 변동률도 7개월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0.02%)로 돌아섰다. 특히 서울은 0.04%나 떨어졌다. 자치구별로는 그동안 상승폭이 컸던 강동구(―0.22%)가 가장 많이 내렸다. 투자 수요가 많은 강동구 고덕ㆍ둔촌동 일대 재건축 아파트 단지가 평균 2000만 원가량 하락했다. 이어 송파구(―0.12%), 강남구(―0.09%), 서초구(―0.04%) 순으로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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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정작 DTI 규제의 직격탄을 맞은 비(非)강남권의 경우, 거래 부진 속에서도 꾸준한 오름세를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10월 둘째 주 서울의 아파트 값 변동률은 0.02%를 기록했는데, 0.03% 하락한 강남권과 달리 비강남권은 0.05% 올랐다. 거래 자체는 많지 않지만 오름세를 보이고 있는 비강남권에 대해 업계 전문가 P씨는 “9ㆍ14대책으로 재개발 단지의 사업성이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 덕분에 재개발 붐이 일고 있는 자치구를 중심으로 가격이 오른 것으로 보인다”는 진단을 내렸다. 
실제로 가격 상승세가 뚜렷했던 자치구를 살펴보면, 마포구(0.19%), 도봉구(0.18%), 중구(0.17%), 강북구(0.14%), 동대문구(0.08%) 등이 꼽힌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재개발ㆍ뉴타운 사업이 한창인 곳으로, 상승률이 제일 높은 마포구의 경우 상암동 DMC 랜드마크 빌딩 기공식을 전후해 월드컵아파트를 중심으로 그 일대 집값이 2000~2500만 원 상승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보인다. 
 
 
DTI 규제 제2금융권으로 확대…다세대 인기 ↑ 
최근 대출 받아 집 산 실수요자들은 죽을 맛 
집값은 하락, 금리는 상승, 거래도 끊겨 3중고 
 
이와 같이 수도권을 중심으로 아파트 가격이 하락ㆍ반전된 상태에서 지난 12일부터 제2금융권까지 DTI 규제가 확대되면서 수도권 아파트 거래는 사실상 씨가 마른 상태다. 
투자 목적의 수요가 줄어든 것 외에도 기존에 살던 집을 팔고 이사를 하려던 실수요자들 또한 DTI 규제 확대로 집이 팔리지 않자 매입을 보류하면서 전반적인 거래 감소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업계 전문가 P씨는 “DTI 규제 확대와 자금 출처 조사 영향으로 매수세가  사라진 상황”이라면서 “투자 부담이 커진 만큼 매수자들이 관망세에 들어선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주요 아파트 단지들이 과거 고점 대비 90% 이상 가격을 회복한 상태에서 급격한 가격 상승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규제 강화 기조로 돌아선 정부의 움직임도 향후 집값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당분간 매수세는 찾기 힘들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반면 대출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지방 경매시장과 신규 분양 시장, 상가ㆍ오피스텔 시장, 미분양 주택 등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특히 경매시장에서는 DTI 규제를 받지 않는 다세대주택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 
실제로 지난 1∼15일 서울 지역 다세대주택 낙찰가율은 지난달 92.2%보다 5%포인트 오른 97.9%를 나타내 올 들어 가장 높았다. 반면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달(90.7%)보다 약 5%포인트 내린 85.8%를 나타냈다. 
한편 연이은 DTI 규제 강화에 대출 금리 인상 조짐마저 뚜렷해지면서 최근 1~2개월 내 아파트를 매수했던 투자자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상반기 규제 완화 기조에 편승해 모처럼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매수한 실수요자들의 경우 삼중고를 겪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주택 대출 금리의 기준이 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가 2.80%까지 급등하면서 대출 금리가 오른 데다 매수한 집값이 떨어지고 매도마저 어려워 진퇴양난에 빠진 것. 이 때문에 ‘끝물’ 투자 대열에 합류했던 매수자들에게 지난 1개월은 ‘악몽’에 가까운 기간일 것이라는 게 P씨 등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있는’ 사람들이 과도한 욕심을 부린 것이므로 자업자득”이라며 가볍게 치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큰맘 먹고 대출을 통해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룬 실수요자들이 죽을 맛인 지금의 상황은 결코 가벼이 보아선 안 된다. 최근과 같은 경기회복기에 이들과 같은 중산층 이상의 계층이 ‘집값 하락ㆍ금리 상승ㆍ매수 실종’의 올가미에 걸린 채 소비를 줄인다면, 간신히 살아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재개발 규제 완화 탓에 활발해진 재개발 사업으로 멸실 주택이 늘고 공급은 여전한 상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아파트에 투자했던 집주인들이 최근에 본 손실을 전세금을 올려 만회하려는 움직임도 보여 그 피해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한 대비책 역시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래저래 어려운 게 바로 우리 부동산 시장의 현주소다. 
정훈 기자 hjeong25.r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