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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왕십리1-5조합, “조합 경영의 정답은 오직 대화”: (전) 내재산보호위원회와 꾸준한 대화를 통해서 극적 타협; 2012.02.15 15:14 입력 | 2012.02.16 11:25 수정

장창훈 기자 mustcan@rknews.co.kr

하왕십리1-5 재개발조합이 순탄한 행보를 예상하고 있다. 서울시가 3월 중순까지 철거 중지를 내린 것을 제외하면, 현재 하왕십리1-5 재개발 조합의 착공식은 장애물 없이 예정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9월 목소리가 높았던 내재산보호위원회가 3개월의 활동 끝에 조합과 극적 타결을 한 후, 모든 반대 목소리는 흩어졌기 때문이다. 조합 집행부를 비롯해 전체 조합원들의 합심단결이 조합의 속도에 핵심 엔진이었다고 박진열 조합장은 설명했다. 착공 준비는 3월 말이며, 본격적인 착공식은 7월에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는 조합 사무실에서 진행했고, 박진열 조합장, 임영관 총무이사, 김영일 사무장이 함께 했다. 
 

<IMG style="MARGIN: 4px 8px" align=center src="/PEG/13293588949193.jpg">(좌측에서) 김영일 사무장, 박진열 조합장, 임영관 총무이사.
 
■ 조합 경영의 비결은 무엇인가?
박진열 조합장은 독특한 조합 경영 비법을 가지고 있다. 투명성과 정보 공개가 그것이다. 박진열 조합장은 ‘로비 절대 사절’이다. 그렇다고 업체들을 일절 만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건축에 필요한 업체에 대해서 정말로 필요한 신기술, 품목일 경우에는 충분히 검토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불투명한 업체와 결탁이 전혀 없도록 모든 업무에 투명성을 확보한다. 
‘내 집 짓듯이’ 재개발 조합의 경영에 몰두하고, 전체 조합원들의 아파트를 건설하겠다는 게 박 조합장의 신념이다. (전)내재산보호위원회와 극적 타결을 갖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박 조합장이 당시를 회상했다.
 
“하왕십리1-5조합의 남북통일이 됐다고 해도 됩니다. 저희 구역에 내재산보호위원회가 있었습니다. 서로 대화를 하기 전에는 오해와 논란이 많았지만, 집행부와 재산보호위원회가 서로 대화를 하고, 모든 정보를 공개하니까, 집행부나 재산보호위원회나 서로 생각이 같다는 것을 인지하게 되었습니다. 같은 생각, 같은 마음이었고 표현방법이 약간씩 차이가 있었을 뿐입니다. 모두 내 재산 내 집을 잘 짓자는 뜻이었던 것입니다. 서로의 의견이 다를 때 다른 의견을 하나로 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정말 알게 됐고, 오해가 얼마나 큰 손실을 낳게 되는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오해와 불신은 서로에게 피해를 줄 뿐입니다. 집행부도 더욱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담기 위해서 자세를 낮출 것입니다.”
 
■ 세입자보다 열악한 조합원 대책은?
박 조합장은 “무허가주택을 가지고 있는 조합원의 경우 세입자보다 더 열악한 경제적 상황에 처해있다. 서울시가 세입자 주거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우리 조합은 세입자보다 더 열악한 조합원들이 많다. 집이 있다고 해서 반드시 부유한 것은 아니다. 때론 세입자가 사회적 강자일 때도 있다. 무조건적 세입자 우선 정책은 현실적으로 모순이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떤 조합원들은 이주비 한도액이 5000만원에도 미치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고 한다. 조합 집행부는 모든 조합원들의 동의를 얻어서 최소 한도액 5000만원의 이주비가 주어질 수 있도록 결의를 받아주기도 했다. 세입자들은 각종 혜택을 받는 반면, 영세한 조합원들은 분담금을 비롯해서 각종 부담금을 지불해야하는 상황인 것이다. 
 
“가족이죠. 함께 지낸 세월을 보면 같은 식구들이죠. 재개발이 끝나도 함께 살 고향 사람들이니까 함께 가야죠. 의견이 틀릴 수는 있어도 마음은 같은 것이니까요”
 
왕십리도 박진열 조합장에게 타향살이다. 타향살이 43년이 지나면서 마음의 고향이 되어버린 왕십리다. 박 조합장은 “옛날 건물들은 모조리 철거된다고 해도 우리가 함께 살았던 세월, 선후배간 끈끈한 마음의 정, 경제적 풍요 못지않게 중요한 정신적 문화 가치들은 보존해야한다. 새로운 아파트 속에 이웃간 따뜻한 정감이 담길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까도 까도 알 수 없는 양파다
조합 경영의 애로사항에 대해서 물었다. 박 조합장은 한 마디로 “양파같다”고 대답했다. 조합경영을 ‘양파껍질 까기’로 비유했던 오병천 전국재개발재건축연합회 회장의 강연을 인용한 것이다. 
 
박 조합장은 “재개발 문제는 대학 교수들 수십명이 머리를 뭉쳐도 풀 수 없는 숙제다. 까도 까도 또 껍질이 나오는 양파같다. 수시로 바뀌는 법령과 제도가 바로 양파 껍질이다. 제도가 수시로 바뀌니까 조합원들이 정말로 정신차려서 일치단결하지 않으면 재산 가치가 뚝 떨어질 수도 있다. 우리 조합은 위험한 순간은 무사히 넘겼다. 이제 건물이 올라가는 것만 남았다”고 설명했다.